AI로 강의 자료를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던 날이었습니다. 한 분이 실습을 시작하지 못하고 한참을 앉아 계셨습니다. AI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구글 계정이 필요한데,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으셨던 겁니다. 결국 비밀번호를 찾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고, 그날 배우려던 내용은 절반도 다루지 못했습니다.
드문 일이 아닙니다. 중장년 대상 AI 수업에서 가장 자주 멈추는 지점은 어려운 기능이 아니라 로그인입니다.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로그인되어 있다 보니, 정작 비밀번호는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AI를 배우려면 뭐부터 해야 하나요?” 강의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현장에서 본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AI 공부보다 먼저, 내 계정과 비밀번호부터 챙기셔야 합니다.
1단계: 내 계정부터 확인하세요
AI 서비스는 대부분 구글 계정이나 이메일로 가입합니다. 시작하기 전에 세 가지를 확인해 보세요.
첫째, 내 구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지금 쓰는 기기 말고 다른 곳에서 로그인이 되는지 한번 해 보시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인증 문자를 받을 휴대폰 번호가 지금 쓰는 번호로 등록되어 있는지 봅니다. 예전 번호로 되어 있으면 비밀번호를 찾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셋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수첩에 적어 집 안의 안전한 곳에 보관합니다. 가족이 대신 만들어 준 계정이라면, 이번 기회에 직접 로그인하는 방법을 배워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빌린 노트북보다 평소 쓰는 내 스마트폰이 낫습니다. AI는 스마트폰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2단계: 내 상황을 담아 말을 걸어 보세요
준비가 끝났다면 챗GPT 같은 AI 앱을 하나 설치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세요. 맞춤법이나 문장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사람에게 묻듯이 쓰면 됩니다.
답이 뻔하게 느껴진다면 질문에 내 이야기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재취업 방법 알려줘”보다 “55세이고 제조업 품질관리를 25년 했어. 인천에 살고 주 4일 정도 일하고 싶어. 어떤 일자리를 알아보면 좋을까”라고 물으면 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나이, 경력, 원하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적을수록 쓸모 있는 답이 나옵니다.
3단계: 내 일에 하나만 적용해 보세요
익숙해졌다면 실제로 필요한 일 하나에 써 보세요. 이력서의 경력 설명을 다듬어 달라고 하거나, 면접 예상 질문을 뽑아 달라고 하거나, 가게 홍보 문구를 부탁해 보는 식입니다. 하나를 끝까지 해 보면 “이럴 때 쓰면 되는구나” 하는 감이 생깁니다. 그 감이 생기면 그다음부터는 스스로 쓰임새를 찾게 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
AI는 그럴듯하게 틀린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채용 정보, 지원금, 법률이나 건강에 관한 내용은 반드시 공식 기관에서 한 번 더 확인하세요. AI는 초안을 만들어 주는 조수이고, 판단은 여러분의 경험이 합니다. 수십 년 쌓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AI의 답이 맞는지 가려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중장년의 강점입니다.
중장년이 AI를 배우는 이유는 젊은 세대를 따라잡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물어볼 사람이 없어 포기하던 일을 혼자서도 해낼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 시작은 거창한 공부가 아니라 내 비밀번호를 아는 것입니다. 오늘 저녁, 구글 계정에 로그인이 되는지부터 확인해 보세요.